
어떤 비자가 되었든, 호주라는 나라에 발을 붙이고 생활을 하게되면, 싫던 좋던, 타인과 부대끼며 거래라는걸 할 수 밖에 없고, 그런 경제활동 가운데서 소비자, 공급자, 이용자 등의 다양한 역할 아래에서 크고 작은 거래들이 발생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경우, 깔끔한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겠지만, 때에 따라, 뒷마무리가 깨끗치못한 거래에 연루되는 경우들이 있을 수 있죠.
- 돈을 빌려주고서, 상환기일이 되었는데도, 떵떵거리며 나몰라라 하는 채무자를 보며, 마음만 졸이며 전전긍긍하는 모습들
- 급하다는 주문에 선뜻 먼저 일부터 해줬는데, tax invoice 받고서도 지불을 제 때 해주지 않는 손님
- 약속된 고용조건을 지키지않고, 인정에 의지해 대충 체불급여액을 해결하려는 사장님
- 상대방의 부주의로 물질적 손해를 입었는데, 이를 원상복구 시켜주지 않으려는 괘씸한 이들
글을 쓰다보니, 한편 이런 생각도 듭니다. 우리 독자들이 만약 이런 괘씸한 사람들의 입장이면 어떡하지? 본 글은 어느 누구를 탓하기 위한 글이 아니니, 아마도 독자들은 양쪽 입장을 모두 이해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모쪼록 ‘Letter of Demand’라는 ‘청구서한’ 의 목적과 용도가 제대로 활용되어, 불필요한 비용의 낭비없이 원만한 분쟁해결이 될 수 있었으면 바램을 가져봅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호주 살면서, 언젠가 한번은 반드시 만나보게 될, ‘Letter of Demand’라는 녀석에 대해 함께 알아보시죠.
기본지식

Photo by Scott Graham on Unsplash
‘Letter of Demand’는 문자 그대로, 요구서한입니다. 즉, 편지 작성자(요구자)의 요구 내용을 통지하는 서한이죠. 다만, 그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후속 조치가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발생할 것이고, 그러한 후속 조치의 각오가 되어있음을 분명히 밝히는 서한이기에 일반적으로 우리가 받게되는 utility bills (전기세, 가스요금 고지서 등) 등과 다른 셈이죠.
엄밀하게 보자면, utility bill 역시 특정 기간 동안 얼마간의 서비스를 사용하였으며, 이에 따라 사용요금을 언제까지 어떻게 입금하라는 요구내용을 담은 통지서이니, 큰 맥락에서 보자면 letter of demand와 다를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경제활동 가운데서 이러한 bill이 때에 따라 수일, 수주 정도 지불이 늦어지거나 하는 경우들이 있을 수 있기에, 즉각적인 법적조치(소송 등)가 아닌 reminder notice 등을 통해 독촉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죠.
하지만, 정기적인 서비스처럼 이어지는 관계가 아닌 경우에는 맺고 끊음을 확실히 하고, 각자도생을 목적으로 받을 건 받고, 법적 조치를 취할 건 취하기 위해, 내 요구를 당당히 서면의 형태로 공식 통지하고,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소송이나 다른 법적조치/절차를 택하는 경우가 빈번해졌습니다. letter of demand, 요구서한은 바로 이러한 내 요구를 간결하면서도 명확하게 요구의 대상에게 밝히는 서한을 가리키며, 특별한 양식이 있다기보다는 해당 서한에 담길 내용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필자에게 얼마전 있었던 실제 사례를 하나 언급해드리면 이해가 훨씬 쉬울 수 있겠습니다.
“여보세요? 박변호사님? 오랜만이에요. 돈 받을 일이 있는데 좀 일이 꼬여서… 변호사 letter of demand 하나면 해결된다고 들었는데, 하나 좀 써줘요.”
“무슨 일이 어떻게 발생한거죠? 제가 사태의 내막을 알아야 뭐라도 써드릴 수 있습니다.”
‘”에이, 그러지말고, 대충 하나 쉽게 써줘요. 나야 뭐 돈만 받으면 되니까”
“네, 그러니까, 어떤 근거에서 무슨 요구를 누구를 대상으로 하시는지를 알아야 뭘 써드리던 하죠.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아이참, 소송하기 싫어서 그러는 건데, 그냥 변호사 레터 하나 써주면 안됩니까?”
“사장님, 다름이 아니라, 레터를 쓰려면 대상과 목적, 그리고 상대방의 대응을 끌어내기 위한 본론이 있어야합니다. 사장님께서 지금 말씀하신 건 대상과 본론은 없고, 막무가내로 ‘돈만 받으면 된다’ 는 목적만 두리뭉실 말씀해 주신건데, 제가 어떻게 레터를 써드릴 수 있겠습니까? 소송 전에 소송 감이 되는지부터 확인을 해야하니, 싫으나 좋으나, 제가 정황을 알아야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아, 이거 일이 복잡해지겠는데요? 돈도 많이 들 것 같네요. 그냥 내가 알아서 해볼께요”
– 철컥 –
저는 지난 10분 동안 전화기를 든 채, 무얼 했던 걸까요?
Letter of Demand 상세하게 알아보기
이미 들어가는 글에서 일반적으로 letter of demand라는 요구서한, 청구서한이 활용되는 분야에 대해 아이디어를 드린 바 있습니다. 쌍방 또는 그 이상의 여러 관계자가 합의, 계약, 거래 등의 형태로 각자 지켜야 할 의무사항(서비스 제공, 물건 납품, 급여, 물품값, 서비스비용 지불 등)이 있었는데, 이런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을 경우에 합의, 계약, 거래의 명확한 내용을 명시하고, 본인의 의무는 이행 되었으나, 그 댓가로써의 상대방의 의무가 지켜지지 않은 것에 대해 약속이행을 서면으로 요구하는 것이 letter of demand의 핵심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letter of demand 는 아래와 같은 내용들을 서한 내에 다루는 것이 마땅합니다.
- 약속불이행으로 인해, 청구서한의 대상자가 되는 파티(party)의 상세 내역
- 당사자간 성사된 약속의 구체적인 내용
- 금전거래의 상세 정보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얼마의 금액을, 어떤 조건 아래에 대여하였는지 등)
- 서비스의 구체적 정보 (어떤 조건 아래에 어떤 서비스가 어떤 지불조건으로 약속되었는지 등)
- 기타 지켜지지 않은 약속, 그리고 해당 약속의 파기로 인해 정당히 요구할 수 있는 근거내용
- 상대방의 책임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
- 지불기한이 언제까지였으나, 상환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 tax invoice를 제공하고, 지불기한을 통보하였으나, 해당 보수가 입금되지 않았다
- 기타
- 구체적인 요구사항
- 언제까지, 얼마를(또는 어떤 행위 및 조건을), 어떻게(통장입금 또는 물건의 수리, 교환 등) 해결하라는 구체적인 요구내용
- 요구 불응 시 향후 대처
- 내 입장에서의 분명한 입장표명, 그리고 이를 이은 명확한 요구내용이 있을지라도, 상대방이 납득하지 않거나, 고의적으로 이를 묵살하거나 할 경우에는 분명한 대처의사를 밝혀놓는 것이 좋습니다.
- 약속불이행의 성격과 맥락에 따라 다르겠지만, 법원에서의 소송 또는 소액분쟁해결을 위한 중재위원회 등으로의 사건신청 및 접수 등이 적절한 방법일 수도 있겠고, 그 외에 부당한 상대방의 대처가 다른 사람들에게 추가적인 피해를 끼치는 것을 막기위해, 라이센스 관리 협회 등에 구체적인 불법적 행위나 기만행위 등을 보고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 다만, 요구 불응에 대한 대처방법이 협박에 준하는 내용이어서는 오히려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않고, 과외의 분쟁과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감정적 대응은 피하는게 바람직합니다.
위와 같이 육하원칙에 따라, 언제, 누구간, 무슨 내용이 약속되었으며, 어떻게, 그리고 왜(어떤 사유로), letter of demand의 사유가 발생하였고, 이를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요구하는지, 그리고 그 요구에 불응할 시, 어떤 조치를 취하겠다를 상대방에게 서면의 형태로 통지할 수 있다면, 바람직한 letter of demand가 완성되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청구서한을 작성하는 것은 생각보다 복잡해 보일 수는 있습니다. 나 스스로 약속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서면으로 정리해야할 지 어려울 수 있으니 말입니다. (예를 들어, 시드니에서 가까운 지인들간 운영된 친목계라는 것이 파국으로 치달았을 때, 호주문화에 한국식 ‘계’라는 것을 알리는 것은 정말 처절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이 때문에 이런 업무를 변호사에게 위임하는 경우들이 있죠. 하지만, 명심하십시요. 결국, 이런 청구서한에서 목소리를 내는 화자는 바로 여러분이라는 점입니다. 독자분의 입장이나 경우에 따라서는 요구를 당하게 된 상대방 입장일 수도 있겠네요. (이 경우에는 반드시 변호사 등의 조언을 구해, 현명하고 원만하게 대처하여, 소송이나 이에 준하는 절차를 가급적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권장됩니다.)
Letter of demand 를 통한 기대효과
앞서 말씀드린 사례에서처럼, 앞도 뒤도 없는 변호사의 레터 한 장이 드라마틱한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현실을 그렇지 않습니다. 변호사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지 못하여, 거짓으로 세상을 덧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러해서도 안되죠.
다만, 법적 근거 아래에서 시비를 가리기 위한 변호인의 입장에서 요구사항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해낼 수 있느냐, 그리고 요구 불응 시, 후속조치를 얼마나 잘 단단하게 준비하고 예비해서 사건을 진행해 갈 수 있느냐는 담당 변호사의 역량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합니다.
따라서, 잘 쓰여진 letter of demand는 의뢰인 입장에서 왜 내 요구가 받아들여져야 하며, 내 정당한 요구가 왜 공정한지, 그리고 이러한 공정하고 정당한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후속조치가 왜 부담이 될 것이 분명한지를 분명히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결과, letter of demand 청구서한을 받는 상대방(respondent)의 경우, 불필요한 추가 비용, 시간과 에너지의 소모를 막기 위해, 요구에 응하거나, 추가적인 협상 등을 제시해 올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겠지요.
하지만, 변호사의 레터 한 장은 위력은 분명, 의뢰인의 명확한 지시와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있을 때 비로소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꿀먹은 벙어리 마냥 나를 피해다니기만 하던, 가면을 뒤집어쓴 채 나를 계속해서 무시하던, 상대방을 대화의 무대로 불러내고, 내 요구를 진지하게 듣고, 대응하도록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좋은 letter of demand에 갖게 될 기대효과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수년 전입니다. 필자의 아내가 애지중지 아끼던 차를 다른 사람이 긁어 버리는 일이 발생했었죠. 다행히, 현장을 목격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아내는 차 수리를 요구했으나, 상대방은 증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변호사 남편이 이 날 열심히 일을 잘 해서, 아름다운 letter of demand가 뽑아졌습니다. 덕분에 $650의 수리비 요구가 잘 관철되었었죠.
그 뿐만이 아닙니다. 유명 가구 회사에서 주문제작을 맡겼었는데, 집에 배달된 물건에 하자가 생긴 것 아닙니까? 마음 상한 아내를 위로하기 위해 준비했던 letter of demand는 빛을 발하였고, 현금 배상 대신 생각지도 않던 가구사측 credit이 쌓여서, 본의 아니게 집에 멋진 가구들이 더 늘어나는 아름다운 일들이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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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박앤코의 서비스
본의 아니게 제 집안에 있었던 간증거리들을 위와 같이 짧게 소개한 배경은 간단합니다. 여러분이 어떤 변호사, 로펌과 거래를 하시더라도, letter of demand라는 청구서한이 제 값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분 입장에서의 분명한 시비, 이에 관한 증거들이 뒷받침해 주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박앤코의 민사소송 팀은 소송 이전 단계에서의 원만한 분쟁조정, 협의, 합의, 타결 등을 위한 업무 역시 담당하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호주 생활 가운데 믿었던 거래, 약속, 계약 등이 깨짐으로 인해 내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정당한 요구를 공정하게 해야할 입장에 처하게 된다면 문의해 보시기 바랍니다.
명심하세요. 모든 일은 육하원칙 아래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을 활용하여 풀어가야 합니다. 언제,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왜 약속하였고, 무슨 일이 어떻게, 왜 깨지게 되었는지를 생각해보시면, 그 억울함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 지 조금 더 구체적인 결정을 하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내 사건을 반드시 변호사에게만 맡겨야 한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덕분에 각 주정부에서는 letter of demand 라는 청구서한의 약식 템플릿을 아래와 같이 제공하기도 합니다. 다만, 법적 조언이 동반된 효력을 갖는 문서가 아님을 반드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이상, 법무법인 박앤코에서 “letter of demand – 만능열쇠인가?” 라는 제목 아래에 짧은 컬럼을 제공해드려보았습니다.
호주 변호사 박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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